이민 변호사가 되려는 목표로 로스쿨에 진학하고, 나는 당연히 취업/가족 이민법만 다루는 변호사가 될 줄 알았다. 한국인들의 케이스만 생각해서 이민국 서류, 노동청 서류, 커버레터 작성, 변론서 (legal brief), 비즈니스 서류, 계약서 작성 등등 변호사로 하는 일은 모두 ‘서류’만 잘 다루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러나 여러 로펌에서 일 하면서 이민이 아닌 다른 종류의 케이스들을 접했다. 한국, 중국인 클라이언트가 많았던 초반에는 주로 상법, 계약법, 유언장, 부동산, 파산 등 비즈니스적인 업무들과, 이혼, 양육권 등 가정법 문제들이 많았다. 어쩔 수 없이 이민자들은 언어적, 문화적으로 괴리감이 심하여 법률 서비스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면, 케이스가 처음부터 꼬이고 그 결과도 최악으로 치닫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본인의 언어를 자유자제로 구사하는 변호사 사무실을 찾아간다.
흥미롭게도, 더 큰 규모의 이민 로펌에는 서류로 하는 일보다 직접 법원(Municipal Courts, Superior Courts, EOIR), 이민국(USCIS), 이민세관단속국(ICE) 등에 가야 하는 일들이 더 많다. 주 고객층이 한국인보다 히스패닉과 중국인들이 훨씬 많았기 때문이었다. 일단 이 고객층이 미국 내 절대적인 인구숫자가 많다보니, 평균적으로 동시에 돌아가는 open case 숫자만 800개가 넘었다. 이 중 1/3 이상이 지방법원에 꼭 출석해야만 하는 “형사법” 케이스들이었다. 이런 로펌에 들어오자 마자 처음 했던 가장 큰 프로젝트는, PCR(“Post-Conviction Relief”) motion brief – 형사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은 이민자의 케이스에 대해 “이 사람은 사실 유죄가 아니었습니다!”라고 변론하여 주는 장문의 법률 문서를 작성하는 것이었다.
경찰에 체포되어 형사법으로 문제가 생기는 사람들은 이민법으로도 또 문제가 생기기 때문에 (예: 서류미비인 경우, 영주권자인 경우, 학생비자 등 단기 비자 소유자인 경우, 미국 시민권을 소유한 사람들과는 다른 ‘이민법’상의 문제를 함께 해결해야 한다), 이민과 형사법을 동시에 아는 변호사를 찾아야 한다. 유죄로 판결을 받는 경우, 범죄의 경중과 종류에 따라 추방재판에 회부될 수 있고, 비 영주권자인 경우 향후에 영주권을 받는 것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뉴저지의 형사법정에 출석하게 되면, 판사가 처음으로 묻는 질문 중 하나가 “당신은 미국 시민권자입니까?”이고, 미국 시민권자가 아니라는 말을 하는 순간 “이민 변호사”의 법적 조언을 찾게끔 기회를 준다.
한인 형사법 클라이언트의 종류, 통계적으로 성별에 따라 갈렸다.
히스패닉, 중국 출신의 이민자 클라이언트들 뿐 아니라, 한국인 형사법 클라이언트들도 의외로 많이 있었다. “아니 얌전한 한국 사람들이 문제를 일으킨다고??”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어느 나라나 형사법을 위반하는 사람들은 존재한다. 한국에도 경찰과 검찰이 존재하듯 말이다. 그리고 의외로 20대 유학생들, 그리고 30-50대 영주권자/서류미비 이민자 형사 클라이언트들이 많다. 살인 등 중대한 범죄는 없었다. 내 기준에 가장 심각한 범죄는 아동 성범죄였고, 너무나 감사하게도 여성인 나는 케이스 변호에서 제외되었다.
한국인 이민자 여성 클라이언트의 다수는 절도 관련(shoplifting, theft, & burglary) 범법이다. 이외로는 사기(forgery & fraud)와 매춘(prostitution)이다. 대학교 등에서 학생비자로 미국에서 지내면서 다른 친구들과 쇼핑몰 등에서 물건을 훔치다가 체포되어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가장 흔하다. 절도된 물건의 값어치, 절도가 이루어진 상황, 그 이후, 등등 여러가지 사실과 경찰 기록 등등을 리뷰하여 클라이언트와 케이스 방어의 방향을 잡는다. 서류, 체크 등를 조작하거나 위조하는 범죄도 많았다. 무비자등으로 입국하여 서류미비자로 룸싸롱이나 안마방에서 일 하다가 체포되어 변호사를 선임하려는 경우도 많다 (개인적 신념 때문에 나는 매춘 관련 범죄는 다른 사무실로 리퍼럴을 보낸다). 이와 연관된 이민 케이스는, 서류미비자로 룸싸롱 등에서 일 하다 손님과 짜고 사기 결혼 (fraud marriage)을 진행하다 잡혀서 추방 재판에 넘겨지는 케이스이다.
한국인 이민자 남성 클라이언트의 다수는 폭행 관련(domestic violence, assault, & possession of illegal weapons) 범법이다. 대학교 등에서 학생비자로 미국에서 지내면서 교제하는 여성의 집에 찾아가 집기를 다 부수고, 여성을 폭행하거나 하는 경우가 가장 흔했다. 그리고는 밤에 술집/노래방 등지에서 야구 방망이 등 무기를 가지고 가서 패싸움을 하다 체포되어 오는 경우도 있다. 이외로는 마약 (drug charges) 관련 범죄이다. 단순 소지 (possession) 범죄는 비교적 형량이 낮은 편이고, 밀매 (distribution) 정황이 있으면 더 심각 해 진다. 형사법 변호사로 일 하면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한국인 여성 매춘 범법자는 많은데, 한국인 남성이 매춘으로 체포되어 로펌을 찾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내가 일 하던 변호사 사무실/로펌들에서 나만 유일한 여성 변호사였던 것을 감안하면, 내가 여성이기 때문에 못 봤을 것이라는 말은 성립되지 않는다. *사실상 한국인 남성 클라이언트의 가장 많은 숫자는 음주운전(DWI)이지만, 엄밀히 따지면 형사법이 아닌 교통법이므로 포함하지 않았다.*
이미 일어난 문제를 되돌릴 수 없다. 그 문제에 대한 책임은 결국 클라이언트가 지는 것이다. 그 책임의 한 부분은 형사법 변호사를 고용해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다. 이민법 클라이언트도 형사법 클라이언트도, 대부분 “불안감”이 극도로 높다는 것에는 동일하다는 것을 항상 느낀다. 불안감의 종류와 표현 방법이 다를 뿐.
나는 형사법 변호사로 일 해 왔지만, 범죄를 옹호하지 않는다. 그저 미국의 형사법 시스템에 존재하는 무죄 추정의 원칙 (every person is presumed to be innocent until proven guilty)에 따라, 검사의 반대편에 서서 사실 관계를 분석하고, 경찰의 업무 파일을 살핀다. 범법자를 비난하거나 평가하지도 않는다. 다만 내가 개인적으로 이렇게 사건 일지를 보는 것 자체가 불쾌한 (repugnant) 케이스인 경우, 어쩔 수 없이 처음부터 케이스를 맡지 않는다. 정의가 무엇일까 판단하지도 않는다. 그저 일어난 사건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나에게 일정 수임료를 지불한 내 클라이언트가 원하는 결과를 위해 대신해서 검사와 “협상”한다. 형사법 변호사의 업무는 비즈니스, 이민 변호사의 업무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민법도 형사법도 결국은 클라이언트의 목표를 위해 방법을 제시하고 실행하며, 법률적인 조언으로 클라이언트의 불안감을 덜어주는 것이 동일하다.
전유영 미국 (뉴저지, 뉴욕) 변호사
미 50개 주 이민법, 뉴저지 형사법
미국 내 이민법, 뉴저지 형사법 상담 예약 201-305-37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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