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은 드라마보다 더해”
한동안 꽂혀서 아침에 준비할 때, 혼자 밥 먹을 때 핸드폰으로 마치 음악 틀어놓듯 틀어 놓았던 사랑과 전쟁. 그러나 변호사로써, 사랑과 전쟁은 그냥 드라마로만 볼 수는 없습니다. “이혼 케이스는 절대로 하지 않으리”라고 다짐했던 옛날과 다르게, 이리저리 딱한 사정을 들어주게 되거나, 같은 여자로써 분노하게 되어 수임하게 된 이혼 케이스들. 한 여자로써 참 많은 생각을 하게 해 준 값진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혼 케이스는 크게 uncontested (협의 이혼)와 contested (재판 이혼) 두가지로 나뉘는데, 아직까지도 저의 원칙은, 같은 여자로써 분노할 케이스가 아니면 “협의 이혼 케이스만 맡는다” 입니다. 협의 이혼이 아닌 재판 이혼은 정말 말 그대로 한 가족의 밑바닥까지 다 볼 수 밖에 없는 아주 어려운 케이스입니다. 한 가정이 이혼을 결정하게 된다는 것, 가족이라는 법적이고 사회적인 모든 관계를 끊는다는 것.. 정말 드라마와는 비교 할 수 없는 상처와 스트레스입니다. 그 옆에서 마치 “내 이혼”처럼 도와 줄 변호사는 오죽할까요? 의뢰인의 모든 감정기복을 다 감당해내야 하고, 한쌍의 남녀의 모든 비밀을 속속들이 다 듣고 알아야 합니다. 부모, 자식, 형제간에도 절대로 말 하지 않는 그 모든 것들을 변호사에게 말해야 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재판 이혼 케이스는, 이혼 전문 변호사가 아니면 아예 수임조차 안하는 변호사들이 많습니다.
그렇지만 협의 이혼이던 재판 이혼이던, 이혼을 결정한 사람들의 최 우선의 과제는 무엇일까요?
결국은 다 “돈”입니다.
내가 위자료로 얼마를 받을 수 있겠고, 내 아이의 양육비로는 얼마를 받을 수 있으며, 재산 분할은 어떻게 할 수 있는가? 뉴저지의 협의 이혼의 경우도 결국은 모든 컨퍼런스의 주제와 목적은 어떻게 깔끔하게 서로의 재산을 정리하고, 앞으로 돈은 누가 얼마나 어떻게 낼 것인가에 대한 “협의”가 주로 이루어 집니다. 결코 제가 지극히 “현실적”이기만 한 변호사라서 이렇게 이야기 하는 것이 아닙니다. “결혼은 현실이다”라는 표현은 모두가 공감하는 바입니다. 하물며 이혼을 하게 되는 마당에, 앞으로 나와 아이가 어떻게 지금과는 다른 삶을 버텨낼 것인가? 이것은 현실적으로 얼마나 충분한 “생활력”이 있는가에 달려 있을 수 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상담을 의뢰하시는 분들은 종종 저에게 여쭤보십니다. 위자료, 양육비 얼마나 많이 받아낼 수 있냐고..
그렇다면 내 맘대로 양육비와 위자료를 결정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그렇지 않습니다.
결국 뉴저지에서 양육비는 법적으로 정해진 가이드라인과 개개인 케이스의 특이점에 따라 책정이 됩니다. 위자료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한 커플이 결혼해서 함께 산 기간과 수입/생활 수준, 일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종합하여 결정됩니다. 결론적으로는 둘 다 법적으로 정해진 수준 안에서 움직인다는 겁니다. 결국 이혼을 해서 “돈을 뜯어내겠다”라는 것이 원천적으로 성립이 되지 않는 말이라는 뜻입니다. 법원은 항상 양쪽의 말을 수렴하고, 또 한쪽의 말만 듣고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으니까요..
그리고 양육비와 위자료를 그만 주고 싶다고 저를 찾아오시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는 더욱 까다롭습니다. 뉴저지에서 법적으로 정해진 경우에 부합하는 경우, Motion (법원 명령 신청)을 통해서 시도할 수 있는 경우들이 몇가지 있습니다 (예를 들어 전 부인이 다른 남자와 함께 살기 시작 한 경우). 뉴저지에는 spousal support (위자료)를 받는 사람이 전 배우자에게 동거인이나 배우자가 생긴 경우 이를 위자료를 내고 있는 배우자에게 알려줘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를 무시하시고 계속 위자료를 받으시는 분들이 더러 있습니다. 이런 경우는 적절한 법원 명령을 통해 위자료를 끊는 경우가 됩니다. 그러나 단순히 내가 더 이상 주기 싫다는 이유로 저에게 상담을 오시는 분들은 참 난감합니다.
“해어지는 마당에! 나는 끝까지 싸울꺼야! 내 맘대로 다 할꺼야!”
이런 마인드로는 이혼을 마무리하는 것 자체도 어렵습니다. 협의 이혼이든 재판 이혼이든 명령 신청이든, 어떤 식으로든 “법원”은 연결되어 있고, 또 상대 배우자와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해야 이혼도 ‘마무리’가 됩니다. 끝이 없는 시작은 없습니다. “이기는 이혼”이라는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가능한 협의 이혼으로 변호사들끼리 협상하는 것이, 그나마 의뢰인 자신이 가장 덜 스트레스를 받는 이혼의 방법일 것 입니다.
전유영 변호사
*이 글은 블로그 칼럼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법률 상담의 목적으로 쓰여진 글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케이스마다 다른 법률 상담은 개인적으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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