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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법 변호사로 산다는 것

변호사가 되기 전에는, 단 한번도 “형사법” 변호를 맡게 되리라고는 생각 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미국에서 이민자로써의 고충을 가장 잘 아는 내가, 변호사로써 이민자를 도와야 겠다는 생각 하나만으로 “이민 변호사”라는 길에만 매달려서 로스쿨 시절을 보냈습니다. 그러나 신은 여러가지의 방식으로 저에게 이민자들을 돕게 하셨습니다. 그래서 형사, 민사, 파산 등 “이민자가 나를 필요로 하는 모든 케이스”에 발을 담구며 일을 하게 만드셨습니다. 그 중 오늘은 형사법 변호에 대해 잠깐 이야기 하고 싶습니다.

“나는 정말 억울해요!”

경찰서에서 풀려나시고 저에게 상담을 오시는 대부분의 고객님들의 사연입니다. “나는 죄를 짓지 않았습니다. 나는 무죄인데, 경찰이 나에게 죄를 덮어 씌웠어요”라고 말씀하시는 분들이 의외로 참 많으십니다. 제가 처음 상담을 할 때 분명히 말씀 드리는 부분이 있습니다. “저에게만큼은 ‘사실’만을 말씀에 주셔야 해요. ‘사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하시면, 오히려 결과는 불리해 질 것입니다.” 변호사는 고객의 입장을 대변하는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실이 아닌 거짓을 말씀하시는 분들이 참 많습니다.

한 예로, 교통위반으로 경찰에게 티켓을 끊을 당시에 본인의 이름이 아닌 가짜 이름을 경찰에게 말하고, 차 안에 가짜 신분증을 소유하여 체포된 여자분이 계셨습니다. 그 분은 저에게 처음부터 시종일관 “억울해요.. 저는 가짜 이름을 말한 적도 없고, 저는 그런 카드 본 적도 없고, 그 카드를 만든 적도 없어요.. 그 사진은 제가 페이스북에 예전에 올린 사진인데, 도대체 누가 그걸 도용했는지 모르겠어요!”

그 분의 말은 신빙성이 매우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그 분의 변호사로써, 저는 그 분의 권리를 지켜야만 했고, 검사가 “유죄”를 입증할 모든 자료를 갖추고 있는지 부터 파악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경찰 리포트는 판이하게 다른 내용이였고, 그 분은 “조목 조목” 사실과 다르다며 억울하다고 저에게 호소했습니다. 그러나 진실은 가릴 수 없는 법, 저는 한 발짝 늦게 도착한 경찰의 “바디캠”을 통해 모든 진실을 파악 할 수 있었습니다. 그 분은 처음부터 끝까지 저에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습니다.

고객이 본인의 발등을 찍게 할 수는 없기에, 저는 고객이 본인의 이름을 다르게 말하는 부분을 편집하여 녹음했습니다. 재판 전, 지금까지 조사한 내용을 토대로 최대한 벌금을 줄이고, 교도소 수감이 전혀 없는 선으로, 검사와 플리 바겐 (형량 조정) 협상을 마칩니다. 판사 앞에 서기 전에, 고객은 노발대발 했지요. “변호사님! 나는 무죄라니까요!!!” 그 때 저는, 휴대폰에 저장된 녹음파일을 재생했습니다. 결과는? 고객은 제 서비스에 아주 만족했다고 판사 앞에서 대답했고, 저에게 고맙다고 몇번이나 말하고 기쁘게 벌금 영수증을 받아 가셨습니다. 반성을 했는지 안 했는지는 모르지만, 분명히 말씀 드렸어요. “이런 일로 법정에 오는건, 오늘이 마지막이 되어야 해요”라고..

“내 잘못 아니예요. 쟤 탓이예요!” 

왜일까요? 많은 경우의 형사법 피고인들은 나의 죄를 ‘남의 탓’으로 돌립니다. 한 가지 예는 ‘무면허 운전’ 등등의 티켓으로 소환장을 받으신 분입니다. 무면허 운전은 주로 불법 체류자 분들이 많이 걸리셔서 저에게 상담을 오십니다. 이런 경우, 문제의 원인은 누구에게 있습니까?

“그래.. 내가 면허가 없이 운전을 했으니.. 내 탓이지 뭐…”

라고 생각하는 것이 저같은 변호사를 인생에서 한두번 만나는 분들입니다. 그런데 변호사를 여~러번 만나게 되는 형사법 피고인들의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다!

“아.. 내가 늦은 밤에 내 아들이 알라딘 보러가자고만 안했어도! 이런 일이 안 생겼을 텐데.. 다 걔탓이야!”

…… 네? 본인 무면허 티켓이 그래서 아들 탓이라구요??

“이 사회가 문제야! 아니 차가 없이 이 뉴저지 넓은 땅에 어떻게 살으라는거야!”

…… 음.. 미국 땅에 살라고 허가가 안 되신 분이라서… 거주하시는 그 주에서는 면허를 안 준 거예요.. 사회적 약속으로..

물론, 정말 다른 사람 탓일 때가 있기는 합니다. 그런 경우는 물론 기각이나 무죄 받아 드려야죠. 그게 아니라면, 변호사인 저는 “맞아요! 왜그랬데~ 본인 탓 아니니까 무조건 무죄로 가죠!”라고 말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면허가 없이 운전을 하신건 본인 이시죠? 뉴저지에서는 무면허인것 알고 있으셨죠? 그리고 운전을 본인이 하셨다가 경찰에 잡히셨죠? 이 상황에서는 유죄 인정을 하시되, 벌금을 최대한 줄이고, 다른 티켓들을 기각 시키는 방향으로 가시는게 맞습니다. 그래야 아드님이 덜 슬프죠…” 라고 변호사로써의 의견을 충실히 드려 설득해야만 합니다. 안 그러면 변호사가 아니라 사기꾼이죠.

옛말에 “털어서 먼지 안 나오는 사람 없다”라는 말이 있죠. 형사법 변호사로써 참 공감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다 나름의 ‘이유’와 ‘변명’이 있다는 것 또한.. 형사법 변호를 맡게 될 때는 그래서 더욱 냉철한 판단이 요구되는 것을 느낍니다. 고객의 감정에 휩쓸리면 고객에게 최대한의 도움을 줄 수 없게 되는 경우가 많으니까요. 정말 내 기준에서 도저히는 변호할 수 없는 그런 죄가 아니라면 (예를 들어 저에게는 성범죄), 죄는 신이 판단하게 하고, 아무도 “내 편”이 아닌 누군가의 편에서 대신 말 해 주는, 변호사 그 자체의 역할에 충실하고자 합니다.

“사실은 본인이 억울한거 아니예요. 유죄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이번이 마지막이라면..”이라고 옆에서 진솔한 조언을 해 줄 사람은, 누구에게나 필요한 거니까.

전유영 변호사

*이 글은 블로그 칼럼 목적으로 쓰여졌으며, 법률 상담의 목적으로 쓰여진 글이 아닙니다. 개개인의 케이스마다 다른 법률 상담은 개인적으로 요청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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