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상원과 하원의 코로나바이러스 실업수당 연장 협상에 관한 관심이 뜨겁습니다. 우리 사무실에서도 종종 점심시간의 스몰토크 소재로 코로나 바이러스 경기 부양책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는 합니다.
미국에서 약 20년간 살아오며 느낀 것은, 생각보다 미국의 “일반 국민”들의 경제관념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는 것입니다.
“미국인의 40%는 은행잔고 $400(약 50만원)도 없다”
돈에 관련된 EBS다큐나 책에서 보아오던 “아름다운” 미국 공교육내의 personal finance 수업과는 다르게, 극소수를 제외한 주변의 미국인들은 소비, 특히 신용카드를 기반으로 한 소비, 그리고 “저축이 뭔가요? 먹는건가요?“라고 생각하는 경제관념을 가지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미국인들도 큰 회사에 다니지 않는 이상 대부분이 IRA등 연금으로 따로 수입을 떼어놓지 않습니다. 작은 규모의 사업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payroll tax등을 회사에서 내 주지도 않아 세금 보고 기간에 1099 수입으로 인해 1년 수입의 15.3퍼센트를 한번에 따로 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급 또는 2주급 체크를 받으면 저축은 고사하고 렌트비와 크레딧 카드 대금으로 통장을 스쳐 고스란히 빠져나갑니다.
특히 젊은 층들이나 2세, 또는 백인, 흑인 등 1세대 이민자가 아닌 사람들에게서 이런 일들이 빈번합니다. 창업에 대해 서포트나 넘쳐나고, 파산 절차가 한국보다 간단한 탓에 젊은 나이에 벌써 파산을 몇 번씩 한 사람들도 많이 있습니다. 미국인들에게 크레딧카드 빚을 다 갚는 것은 바보짓이 되어가고 있고요. 집을 살 생각은 왠만해서는 하지 않고, 뉴저지나 필라델피아 강변의 비싼 럭셔리 아파트들은 높은 렌트비와 주차비에도 불구하고 대기자가 넘쳐납니다. 코로나 사태 직전에 여행산업은 항상 잘 돌아가고 있었고, 하룻밤에 몇백불씩하는 호텔방들도 예약을 잡기 어려웠습니다.
“도표로 보는 민주당의 HEROES 법안과 공화당의 HEALS법안의 차이“
미국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국가적 시스템입니다. 미국은 아무래도 예전부터 선진국이다 보니 저소득층에 대한 배려와 지원이 비교적 수월하게 이루어집니다. 이번 실업수당도 마찬가지입니다. 많은 식당과 소규모 사업장들은 아직도 인력난을 겪습니다. 예전에 힘들게 일해 벌던 돈보다, 코로나 이후 실업수당으로 받는 돈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매 달 1인당 적어도 $2,400(약 290만원)을 놀면서 받을 수 있다는 것은 정말 엄청난 것입니다. 현재 미국의 연방 최저시급은 시간당 $7.25, 한 달에 약 $1.160 (약 140만원)입니다. 제가 일하는 뉴저지의 한달 최저 시급은 약 $1,600 (약 192만원)입니다. 민주당은 이 실업수당을 계속 동일한 수준으로 몇달 더 지원하자는 것인데, 이렇게 계산된 금액을 보면 공화당의 입장도 이해가 갑니다. 우리 로펌에서도 계속 일하고 있는 사무원들을 보면 어느정도 이해가 갑니다. 그들은 이런 상황에서 계속 일해 온 것에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같은 로펌도 정대적인 일은 결코 줄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코로나 시대에 법정들은 대면 법정보다 온라인, 전화 법정으로 바뀌었으나, 그로 인해 문서와 전화로 하는 일은 오히려 더 늘어났으니, 회사 차원에서도 지출이 많이 줄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 이렇게 받은 돈으로 일반 미국인들은 무엇을 할까요? 요즘 동네의 백화점들에는 사람들이 넘쳐납니다. 물론 주정부의 사회적 거리두기 지침으로 매장내 사람수 제한이 있지만, 그것을 감안하더라도 약 1/3 수준으로 매장에 들어갔던 사람들이 손에 쇼핑백을 들고 나옵니다. 더욱 슬픈 점은, 이런 돈이 소상인들에게 쓰이기 보다 루이비통, 구찌, 에르메스 등 명품 샵에서 주로 쓰인다는 것입니다. 이런 명품 샵들에 들어가려고 사람들이 줄을 서 있습니다.
크레딧 카드 회사들은 요즘 더 경쟁적으로 새로운 카드 오픈을 유도하는 메일을 보내고 있습니다. 저희 집에도 Citi은행, Amex등 하루가 멀다하고 메일이 날라옵니다. 저 또한 밀레니얼(81년생부터 96년생까지의 나이)의 한 사람으로써, 어떻게 personal finance를 관리할지 항상 고민합니다. 저는 감사하게도 오히려 코로나 시대에 더욱 일이 늘어난 사람 중 하나지만, 코로나로 인해 경제적 피해를 받은 가족들과 나 자신의 앞 날을 알 수 없으므로, 최대한 소비에 신중하고 있습니다.
오늘 초당적으로 미국인들에게 $1,200 현금지급은 양당이 합의를 했다고 합니다. 실업수당에 대해 계속 합의가 이루어 지겠지만, 이번 코로나와 경기부양책을 계기로 한번 더 생각하게 됩니다. 미국인들이 실업수당으로 재미를 보면서 이민자들에게 “내 일자리를 빼앗아간다”라고 말 하기 이전에, benefit(혜택)을 right(권리)와 혼동하고 있지는 않은지, 그리고 정말로 자신의 120%를 일에 쏟아붇는 이민자들보다 더 열심히, 근면 성실하게 일을 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제가 만나는 많은 한국인, 중국인, 남미 출신 손님들은 비교적 한 회사와 오랜시간 근면 성실하게 일하며, 자신에게 주어진 것들을 “당연하게” 받아 들이지 않습니다. 이들이 “노예”라서가 아니라, 이들의 문화가 그러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코로나 경기 부양책을 계기로 세가지를 되새깁니다.
1. 미국에 사는 변호사로써 앞으로 어떻게 ‘근면 성실한 이민자’들을 도울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2. 한국인 이민자로써 나의 경제관념은 어떻게 지켜나가고 향상시킬 수 있을지 고민합니다.
3. 항상 성실하게 일하며 클라이언트들의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우리 사무실 사무원들이 자랑스럽고 고맙습니다.
이번 코로나 사태와 경기부양책을 계기로, 일반 미국인들은 과연 어떤 레슨을 얻어갈까요?